<그리고 나는 아팠다>
아무도 없다 들려오는 목소릴 따라 고갤 돌려보아도 거긴 아무도
참 익숙한 말투는 아주 오래전 그날에서 날 부른다
아무도 없는 방 한 켠에 거울 그 속에서
네가 알아볼 수 있는 건 아마
이제 아무도 없다 빼곡하게 꿈꿨던
너를 지워내리다 나 마저도 지워진거야
낯설은 설렘과 서투른 맘을 담아
너를 기다리던 표정은 이제 없다
나를 따라 쫓는 네가 아닌 네게로 전할
웃음도 울음도 없다
아무 것조차 할 수 없던 그 시간을 나는 결코 지나오지 못했다
아무 말 없이 붙잡을 수도 없었던
너를 떠나보내며 나는 사라진거야
어설픈 고백과 허튼 농담마저 삼킨 나는
그 어떤 말조차 뱉을 수가 없다
매일을 맴도는 망상 속에 널 마주한 채로
그렇게 나는 길을 잃었다
그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이 모든 것이 시작했다
낯설은 설렘과 서투른 맘을 담아 (어설픈 고백도 허튼 농담마저)
너를 기다리던 표정은 이제 없다 (그 어떤 말도 뱉을 수 없다)
이 어쩔 수 없는 비극에 나를 가둬 버린 건
아무도 없다
그리고 나는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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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무척 괴로웠던 일로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다가,
근처 극장에 들러 “바로 시작하는 거 아무거나 주세요”
생전 뱉어보기 힘든 말로 영화 한 편을 본 일이 있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오프닝에선, 캄보디아 난민을 상담했던 심리치료사의 이야기가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소개된다. 참혹한 기아, 대학살, 피의 전쟁 속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이의 고민 그리고 아픔이, 뜻밖에도, 난민 캠프에서 만난 남성과의 이별에 머물러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조현병 환자들과 처음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사랑 노래로 시작해볼까요?’ 하며 각자의 연애담을 캐물었다. 안타깝게도 이야기들은 대개가 새드 엔딩이었고, 그 엔딩 어딘가는 그들의 발병과 맞닿아 있었다.
명백한 인과 관계인지 단순한 전후 관계인지는 가늠하기 힘들 일이다. 연애의 상처만이 마음을 망가뜨린 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억은 곧잘 실연을 콕 집어 탓한다. 나의 10년전 괴로움의 기억도 그렇다.
떠오른 문장을 제목으로 삼았고, 공부한 병변들을 노랫말에 담았다.
머릿속에 가장 먼저 그려진 이 곡을 가장 마지막으로 작업했다.
제일 맛있는 반찬을 마지막까지 남겨두듯.
하지만 너무 내 입맛이었는지 누군가에게 떠먹여 주는 일이 쉽지 않았기에,
이 공간에 차려 놓는다.
*10년 전 그날, 하루종일 식음을 전폐하며 배회한 나는 매우 고단했기에, 영화의 오프닝만을 기억에 남긴 채 엔딩크레딧이 오를 때까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극장에 앉아 숙면을 취했다. 어쩌면 그저그런 영화여서였을 수도…
**피아노 트랙은 땡스 투 희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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