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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의 소설이 이렇게 잘 읽혀도 되는 건가? 뒤늦게 '한강 읽기' 대열에 합류한 필자는, 한강의 소설이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것이 어쩐지 꺼림칙합니다. "한강의 詩적인 문장들은 철저히 고통스럽게 읽혀야 한다"는 한 평론가의 글이 마음에 걸려서 일까요. 한강의 소설은 고통을 말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고통스러워하는 마음이 그의 소설에 담겼습니다.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한강이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이 고통이었다고 하죠. 압도적인 고통. 필자는 <씨네멘터리> 칼럼을 통해서만 세 번이나 죽음과 자기 결정권에 대한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를 다뤘습니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영화는 이런 영화들 가운데 가장 우아한 영화입니다. 두 달 전 베니스영화제에서 이 영화제 사상 신기록인 18분 간의 기립 박수를 받고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60년생 동갑내기 명배우인 줄리안 무어와 틸다 스윈튼이 주인공이어서만은 아니다, 라고도 말하고 싶지만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성립하지 못했을 겁니다. 최소한, 이만큼 우아하게 고통과 죽음, 안락사의 문제를 바라보게 하지는 못했을 겁니다.